지난 9월, Reddit은 시장에 예기치 못한 시그널을 던졌다.
AI 기술과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Reddit이, 갑작스러운 트래픽 변화와 함께 주가 하락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ChatGPT가 Reddit 콘텐츠를 얼마나 인용하느냐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며, Reddit의 전략과 플랫폼 가치에 대해 재평가가 시작됐다.
AI 검색 추적 플랫폼 Promptwatch에 따르면, 9월 중순까지만 해도 ChatGPT 응답의 14% 이상이 Reddit 콘텐츠를 인용하고 있었지만, 불과 몇 주 만에 이 비율은 2% 수준으로 급락했다. 단기간에 85% 이상의 감소가 일어난 것이다. 이 수치는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Reddit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하며 하루에만 12%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체인시프트에서도 한국 사용자 기준, 7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의 250만개 AI 검색 데이터 기반 Reddit 인용률을 분석했다. 결과는 유사했다. 한국어 프롬프트 기반 분석에서도 9월 중순부터 단기간에 87.5%의 감소율을 보이며, 글로벌 데이터와 궤를 같이했다.
일각에서는 이 급감의 원인으로 구글 검색 알고리즘의 변경을 지목한다. 실제로 9월 10~14일 사이, 구글은 &num=100 파라미터를 삭제했고, 이에 따라 Semrush, Ahrefs 등 주요 SEO 툴에서 데이터 수집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 사용자들은 검색 시 'Reddit' 키워드를 붙여 커뮤니티 기반의 실질적인 답변을 선호해왔기 때문에, 구글 검색 결과에서 Reddit 노출이 줄어들면 ChatGPT의 인용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레딧 기반의 프롬프팅은 한국어 사용 환경에서는 드물고, Reddit은 구글 웹서치가 아니라 OpenAI와의 공식 API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콘텐츠에서도 뷰티, 소비재 영역을 중심으로 Reddit의 영어 커뮤니티가 자주 인용돼 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Reddit은 단지 "많이 쓰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특정 도메인에서 질 높은 실전형 콘텐츠를 가진 데이터 허브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지 ‘인용 비율’이 아니라 단기간 내의 변화량이다.
AI 생태계에서 플랫폼의 가치는 양뿐 아니라 지속성, 그리고 활용도 확장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Reddit이 AI의 대표적인 데이터 파트너로 주목받아온 것은 콘텐츠 품질과 규모 덕분이었지만, 이번처럼 활용도가 급감하면 라이선스 재계약 시 가격 협상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Reddit은 OpenAI와 Google과의 협력을 통해 수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이 데이터가 AI 학습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제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Reddit은 Google과의 다음 계약에서 ‘동적 가격 책정’을 논의 중이다. 이는 Reddit 콘텐츠가 AI에서 더 많이 사용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받는 구조다. 결국 이번 인용률 급감은, Reddit의 미래 수익모델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Reddit의 비즈니스 모델 핵심은 여전히 광고다. 2분기 실적에 따르면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84% 증가해 4억 6,500만 달러에 달했고, 이는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하지만 광고 수익은 플랫폼 트래픽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리고 이 트래픽은 구글 검색 알고리즘, AI 플랫폼의 인용 정책, 사용자 검색 행태 변화 등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지난 분기 주가 하락 역시, 이처럼 불안정한 트래픽 기반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물론, 이번 인용 급감이 반드시 장기적인 하락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Hedgeye Risk Management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프리드먼은 “아직 장기 추세라고 보긴 이르다”며, 그러나 이 데이터가 향후 라이선스 재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OpenAI와 Google은 Reddit보다 훨씬 더 큰 협상력을 가진다”고 지적하며, Reddit이 생각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Reddit은 AI 시대의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는 플랫폼이다.
ChatGPT, Claude, Perplexity 같은 AI 서비스들이 Reddit 콘텐츠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Reddit의 데이터 가치와 협상력은 올라가지만, 그 의존도가 떨어질 경우 Reddit은 ‘데이터 공급원’이 아닌 ‘소모성 리소스’로 인식될 수 있다. 플랫폼의 미래는 단지 지금의 지표가 아니라, 그 데이터가 향후 얼마나 전략적으로 재활용되는가에 달려 있다.
ChainShift 입장에서 이 흐름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바라보는 AI 마케팅 시대는 단순히 프롬프트 하나로 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가 AI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의 싸움이다. Reddit 사례는 AI 플랫폼에서 데이터 소유권과 플랫폼 영향력이 어떻게 충돌하고 재편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 나아가 우리는 지금, 메시지를 넘어서 채널까지 AI가 점령해 나가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Reddit 같은 고품질 커뮤니티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조차 AI에서 덜 인용되기 시작하면, 브랜드들은 어떤 콘텐츠를, 어떤 플랫폼에, 어떤 속도로 노출시킬지를 더욱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핵심은 ‘지속적 모니터링’과 ‘빠른 대응 속도’다.
이제 AI가 학습 데이터를 반영하는 데 3~6개월 걸린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웹서칭 강화, 경량화된 모델, 학습 기술의 발달로 인해 1~2주 내에도 데이터가 AI 응답에 반영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브랜드가 실시간으로 AI 콘텐츠와 채널 노출 구조를 분석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요건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과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일.
쉽지 않지만, 우리가 맞이할 시장의 새로운 현실이다.
이제 중요한 건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를 넘어, AI와의 공존적 상생 구조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Reddit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콘텐츠 플랫폼, 브랜드, 기업들이 이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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